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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공영방송 중립화 룰 적극적 검토해야
- 노종면 YTN 보도국장 이어 파격 인사...친정권 물갈이
몇 년 전 해직된 PD가 사장으로 돌아왔다. MBC 신임 사장 최승호에 관한 얘기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를 정권과 노조의 ‘공영방송 장악’의 틀로 보려고 한다. 상황이 극적이고 파격적인 성격이 있기에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이를테면 노종면 전 기자가 YTN 보도국장이 된 상황과 엮어, 전 정권에 탄압받던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식의 친정권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승호 신임 사장의 성향을 고려하면 다소 무리한 해석인 면도 있다. 최승호 사장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MBC <PD수첩>의 주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콕 집어서 하나의 사건을 얘기한다면, ‘황우석 사태’였다. 황우석 건은 참여정부의 문제를 함께 드러낸 사건이었다. MBC <PD수첩>이 2008년 촛불시위를 만들어냈다고 비난하는 시선이 놓치고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저널리즘은 정파와 상관없이 문제가 되는 대상을 물어뜯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사장’을 비판만 하기는 어려우나
대안 언론인 <뉴스타파>에서 일한 이후에도 다만 개혁 성향 시민들이 좋아할 일만은 하지 않았다. 최근 그는 김어준 작가가 선관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더 플랜>에 대한 검증 영상을 만드는 것을 주도해서 일부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더 플랜> 제작 때부터 그 가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다가, 결국 몇 달 후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이번 대선과의 비교를 실시하며 그 가설이 지극히 부실한 것임을 검증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상당수 개혁성향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만일 청와대에 이기적인 참모가 있었다면, 사장 후보군의 정치 성향은 비슷한데 굳이 최승호 같은 이를 사장으로 앉힐 필요는 없다고 건의하는 모습을 상상할 법도 하다. 이를테면 참여정부 시절의 정연주 KBS 사장 선임과도 다른 면이 있다.
정연주의 업적 평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신문사 출신을 방송국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 결과적으로 크게 적절하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다. 최승호 사장의 경우는 그와 같은 상황과도 다르다. MBC 출신이며, 그 전성기의 상징적인 저널리즘을 사실상 이끌었던 사람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직을 당했다는 상징성만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 보수 야당의 경우 일종의 ‘피장파장’론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피장파장론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유리하지만 중도파에겐 냉소를 가져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미래를 살고 싶어 한다. 과거를 계속해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를테면 과거 한나라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해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비판은 일견 수용할 만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진짜 제왕들에게도 못 덤빈 너희들이 무슨 제왕적 대통령 운운’이라고 했다면 한나라당은 ‘과거는 과거고 우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최근의 중도파는 자유한국당 등에게 바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핵심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안이한 논리를 답습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영방송 제도적 변혁이 시급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임기와 상관없이 사장이 교체되는 이와 같은 상황이 문제적인 건 사실이다. 전임 김장겸 사장이 쫓겨나야 할 인물이었는가 여부와는 별도로 그렇다. 그렇다면 야당에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이런 부분이다. 정연주 해임이나, 김장겸 해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정권 교체나 여야 기싸움과 별도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 기제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식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고민은 시민사회와 함께 천천히 해도 된다.
최승호 PD가 MBC 사장에 취임한 상황이 당장은 방송언론계에 선순환 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가령 JTBC가 그간 누려왔던 안이하고 독점적인 입지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본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된 시용기자 문제 등 여러 제도적인 문제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KBS와 MBC에 권한과 역할이 있다면 그것을 정권에서 중립화시키 위한 여러 제도적 고민들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매사 조선왕조 숙종 시대의 환국정국처럼 일을 처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그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을 비난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정권이 바뀌면 모든 인력이 교체되는 그 상황을 즐기고 원하면서도, 본인이 소수파에 속해 있을 때는 이를 비난하는 식이다. 그러나 굳이 비평의 영역을 들이밀지 않은 상식의 영역에서도, 그러한 태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는 ‘공영방송 장악’ 논란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제도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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