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외고] 2030 문(文) 정부 이반하지 않았다
2018-02-02 12:10
(원문링크)

[일요서울/외고] 2030 문(文) 정부 이반하지 않았다


- 청년세대 감수성 어긋났다 ‘회복’… 다른 연령대 하락

- 지지 이탈 핑계 원하는 4050세대 지지 철회 ‘주목’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약간 내려왔다가 저점을 찍고 다소 회복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이라고 설레발을 친 보수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2030세대에서의 이탈이 적고, 4050세대에서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컸다. 어찌된 일일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상화폐 이슈와 여성 아이스하키 단일팀 이슈는 분명히 2030세대의 이해관계나 감수성을 건드리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그들이 다른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이슈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잠깐 유보하거나 지지는 유지하되 평가는 깎을 정도의 이슈였을 뿐이다.

그런데 2030세대가 분개를 하자 대통령 및 정권 지지에서 이탈하고 싶었던 중도파에게 사인을 주게 되었다. 그래서 2030세대의 분개를 핑계로 이탈하는 4050세대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최근의 정부 지지율이 통상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대세에 편승하려는 한국 사회 시민들 특유의 감수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화폐·단일팀,
2030 실망 준 건 사실이나...

어떤 정부 지지자들은 가상화폐와 단일팀 이슈가 2030세대를 자극했다는 언론 보도 자체를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이 문제들은 분명히 2030세대를 자극했다. 다만 두 가지가 전혀 다른 사안이기는 했다. 전자는 이해관계, 후자는 감수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안 모두에 분개한 2030세대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때에도 분개한 이유 자체는 달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정부 대응이 나빴다고 보기 어렵다. 법무부장관이나 금융감독원장 등 각계 기관장이 드문드문 발언하지 말고 청와대 TF팀에서 정리해서 메시지를 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정도다. 중국인들이 가상화폐를 원화로 인출해서 나가버린 상황이 사실이라면 이 시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은 내국인들의 돌려막기로 전락했을 뿐이다.

당연히 기술적으로는 튤립 파동이나 폰지 사기와 차이가 있지만, 현재 양상이 튤립 파동이나 폰지 사기와 유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더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돈을 할 필요가 있었다. 투자자들 개인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지금 가상화폐 시세가 하강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책임이었다 볼 수는 없다.

단일팀 문제는 결과적으로 실책이었다. 2030세대의 공정에 대한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의견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었는지라, 결과적으로 2030세대의 분개에 윗 세대들도 공명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일단락 됐다. 보통은 선거 전에서나 볼 수 있는 기민한 대응이었고, 아마도 그렇기에 2030세대의 이탈이 계속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단일팀 발표 초기 주변에서 의견 수렴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30대들만 해도 ‘2030세대는 결코 단일팀을 환영하지 않을 거다. 매우 싫어할 거다’라고 단언했다. 반면 40대들만 해도 ‘너무 감동주려는 이벤트인 것만 같아 거북스럽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40대만 해도 국민들은 그 이벤트에서 감동을 느낄 거라 예측했던 것이다. 올림픽이란 본시 쇼비니즘을 땔감으로 불타오르는 비즈니스다.

문제는 이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쇼비니즘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청년층은 이제 ‘우리 민족끼리’보다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가 국가의 필요 때문에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 곳이기를 바란다. 여기서 감수성의 차이가 보인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오히려 4050세대가 이탈했을까? 여기에도 비밀은 있다. 한국인들은 대단히 개성적인 사람이지만 주류에서 이탈하는 것을 싫어한다(과거엔 ‘두려워했다’고 표현해야겠지만, 민주주의가 상당히 진척된 지금 상황에선 ‘싫어한다’고 봐야 옳겠다).

한국인들은 본인이 이 사회의 주류적 의견을 대변한다고 과시하고 싶어 한다. 양대 정당에 꾸준히 기표한 이들도 상당수지만, 그 시대의 분위기에 맞춰 부유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나는 언제나 이기는 쪽에만 투표했지’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사고구조가 있다.

한국의 이념 지형도를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웠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의 원인도 그것이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촛불시위 효과 등의 원인을 열거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 지지가 주류로 보이니 그렇다고 답변한 이들도 있었다. ‘주류’에서 이탈해 있다고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아닌 이들이 있다. 제 야당에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정당 지지자인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미심쩍거나 마뜩찮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조차 ‘주류’에서 이탈해 보이기가 싫어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답변할 수 있는 이들이 한국 사회다. 아마도 이번에 2030세대의 불만이 이들의 귀에 당도했고, 그들의 항변이 그럴듯하게 들렸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불만은 이들이 이탈하는데 ‘핑계’로 제공됐을 것이다. 추이를 보면 그렇게 해석된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 여당 위기론’?

그렇다고 한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이 지면에서 언급한 ‘최강비단’(최저임금·강남집값·비트코인·단일팀) 뿐만 아니라 유치원 및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에서 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문제 등 구체적인 이해당사자들을 무신경하게 건드리는 정책이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

초반 몇 스텝은 준비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에는 허둥지둥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컨설턴트들은 ‘지방선거 여당 위기론’까지는 아닐지라도 ‘지방선거 이후 정부 여당 위기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비록 정부가 기민한 반응성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책 기조에 대해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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